Competitors and Recreational Runners – 나는 과연 지금 어디에?

 예전에 메일로 보냈던 작년 11월 포토맥 마라톤 후기 입니다. 새삼스레 왜냐구요? 저에게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 고통스런 경험을 안겨 준 대회였고 이것 때문에 오버페이스에 대해 진지하게 그리고 아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 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대회에서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전에 올릴 땐 대회 소개가 주된 이유였고 이번엔 오버페이스에 얘기를 해보고 싶기에 페이스, 바디 컨디션, 기록에 대해 조금 자세히 덧붙여 보았습니다.

2012년 11월 18일 – 9 1/2th Potomac River Run Marathon 대회 후기

이번에 강형석 총무와 제가 참가한 이 대회에 관심이나 궁금해 하신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와 후기를 올립 니다.

350명이 limit인 작은 규모의 마라톤 대회이었는데, 실제로 약 174명이 완주한 정말 작은 규모의 소박한 대회였습니다. 그 중 약 70여명은 하프참가자로, 8시와 9시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출발했는데 하프도 나뉘어 같이 출발합니다. 하프참가자가 있다는 사실을 반환점을 돌기전까지도 몰랐다는…^^; 저희는 9시 그룹이었지만 한시간 반정도 먼저 도착하여 배번과 티셔츠받고 여유있게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8시 그룹엔 반가운C&O 마라톤클럽분들이 몇 분 보였습니다. 8시 그룹 출발하는 것을 구경하고 차에서 좀 기다리다가 강총무와 가볍게 1마일 워밍업을 마 치고 최종 복장을 결정한 뒤 출발선에 섰습니다. 여러 분, 약간 추운듯한 옷을 입고 뛰셔야합니다. 강총무는 긴 팔 옷 두겹을 끝까지 포기 못했다가 결국 반환점에서 겉옷을 식구들에게 던져주고, 떼어넨 배번을 다시 달 시간이 없어 이마에 붙이고 피니쉬를 하는 보기 드문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9시 정각 출발선에 섰는데, 전자태그가 아닌 건타임방식, 즉 정각에 ‘준비 땅’ 하면 ‘먼저 뛰는 놈이 장땡’인 그런 방식이죠. 피니쉬라인에서도 선수가 들어오면 자원 봉사자분이 와서 배번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떼서 테이블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께 갖다드리고, 그러면 그 분 이 시간을 보구 노트북에 입력하는 식 입니다. 성질 급한 분이나 몇 초가 아쉬운 분들은 배번을 떼어다 느릿 느릿 테이블로 걸어가는 아줌마의 커다란 엉덩이를 차 버리거나, 노트북에 독수리 타법으로 한타 한타 꼼꼼히 시간을 입력하시는 돋보기쓴 할아버지 멱살을 잡을지도 모르니 이 대회를 생각하실 땐 꼭 참고하시기 바랍 니다. 실제로 시간보다 약 10여초가 늦게 기록이 됩니 다.

저는 두개의 타임테이블을 왼쪽 팔뚝에 적었습니다. 목표시간인3:30분에 해당하는 8분pace의 것과 실제로 죽을 상황만 아니라면 한 번 욕심내고 싶은 시간인 7분 30초pace의 최종시간 3:16분짜리 타임테이블을 5마일 단위로 유성펜을 이용해서 크고 선명하게 그렸습니다. 당시 제가 7분 30초 페이스로 완주한다는 건 99.9% 불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오버페이스 방지용의 의도도 있었습니다. 강총무는 서브4를 목표로 1마일 단위의 빽빽한 타임테이블을 양 팔목에 둘렀습니다.

그.러.나. 트레일에는 아무데도 마일표지가 없었습니 다. 이론…GPS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 ㅠㅠ:

자! 본게임으로 들어가서, 은근한 자리싸움에 약간씩 밀려가며 출발신호와 함께 냅다 달리는 그룹에 말려 처음 2 ,3마일을 7분페이스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늦춰야겠다는 생각에 늦춘다고 늦춘 것이 7:15초 페이스로 첫 반환점(6.6마일)을 돌고 말았습니다. 아직 몸에 무리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더 늦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과 ‘이대로 한 번 가봐?’하는 객기가 서로 갈등을 하다가, 보통 이런 상황에서 주로 승리를 거머쥐는 쪽은 객기, 그냥 이대로 한 번 가보기로… 7:15초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하프반환점을 1시간35분에 돌았습 니다.

이대로라면 보스톤 마라톤 자격이 주어지는 시간인 3:15(실제론 3:25분이 BQ였는데 잘못 알고 있었다 는…^^; 당시엔 보스톤은 먼 미래의 일이려니 하던 때라 자세히 알아볼 생각도 안했더랍니다)도 가능한 시간이지만, 말 그래도 ‘이대로라면…’이란 단서가 붙는 것일 뿐, 초반 오버페이스의 보답은 당장 15마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근육에 젖산이 쌓이기 시작하며 다리가 밑에서부터 굳어지기 시작해 허벅지와 골반까지 나무토막처럼 딱딱해집니 다. 죽마를 탄다면 이런 느낌일까? 조금 더 지나자 약간 엄살을 떨어보면 ‘내장파열이란게 이런건가?’ 할 정도로 가슴과 배 안쪽 어딘가의 몇 개의 장기에서 실핏줄들이 하나 하나 터져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 했습니다. 페이스가 7:30에서 8분으로 떨어지고 다시 8분30초, 9분… 마지막 2, 3마일 지점에선 10분이 훨 넘는 페이스까지 가고…

26.2마일 내내 비포장 트레일을 뛰는 대회인데 고도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평지의 느낌이나 온통 자갈과 나뭇가지들이 널려있어서 아주 작은 돌멩이라도 발 끝에 채이면 바로 쥐가 나서 엎어질 것 같은 위태위태한 불안감과 갈수록 더해지는 심장부근 통증, 숨이 찰 리가 없는 속도임에도 숨이 멎을 것 같은 착각을 주는 호흡곤란…게다가 산책나온 개나 사람들을 피해 달리는 건 그나마 양반,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자전거 벨 소리는 후반에 정신줄 놓고 달리는 러너에게는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히곤 합니다.

‘ 내 다시 이 짓을 하면 xx다.’

보통 20마일 넘어서 겪는 과정들을 15마일에서 부터 겪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불쌍한 꼴로 한시간 반을 넘게 버텨야하는 상황에 처한거죠. 제가 자초한 일이니 어디 원망할 데도 없고 그 몫 만큼의 고통을 감수해 내기를 수만초? 그나마 초반에 벌어놓은 시간 덕?에 간신히 목표시간 전인 3:28분에 도 착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궁금해집니다. 과연 처음 계획대로 8분페이스로 유지하다 중반 전 후 부터 스피드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면 분명히 덜 고통스럽게 경기를 운영해 나갔을 수 있었겠지요. 그럼 과연 기록은 어땠을까?

???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다행히 저는 근육경련이나 탈진까지 가진 않았지만, 만일 그 분이 오셨더라면 초반 오버페이스 댓가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육체적 고통을 안겨준 것 만으로 끝나진 않았겠죠.

여기서 강형석선수의 경우를 볼까요? 자세한 상황은 본인으로부터 진술받야겠지만, 강총무 역시 서브4목표의 굳은 각오로, 처음으로 가족이 응원을 나와주기까지 했기에 feel 잔뜩 받고, 하프지점을 1시간45분의 본인 최고 기록으로 통과합니다. 마지막 반환점 약 20마일 지점까지도 크게 페이스 떨어뜨리지 않고 선전합니다. 와우~~ 이대로라면 3시간 40분 전후의 기록이? 대박인데!!!…

그리곤, 소식이 끊겼습니다…

근육경련과 탈진으로 인해 중간 중간 멈춰서 근육을 풀어주어야 했고, 먹이를 찾아 헤메다녀야 했습니다. 후일담을 들으니 낚시하러 온 순진한 행락객들을 협박해서 초코파이를 갈취해서 먹고 뛰었다고 합니다. 강총무가 목표시간대에 맞춰 9분pace전후로 운영을 했더라면 예정 하프통과시점이 1시간 58분, 이보다 무려 30 초나 당겨 8분30초 pace로 뛰었다해도 1:51:26에 통과했었어야 했을 곳을 1:45분에 통과했으니 한 참 오버한거죠. 8분30초에만 뛰었더라면 3:43분, 그냥 9분pace로 잘 운영했어도 서브4는 달성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Maybe… or…

물론 강총무도 4시간 14분이라는, 작년 본인기록과 비교하면 엄청난 기록 단축으로 선전한 것임엔 분명하지만, 충분한 역량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가 없어 혼자 이런 저런 가정을 해봅니다. 조금만 일찍 들어왔더라면 저랑 같이 늘씬한 미녀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랑 사진도 찍을 수 있었을텐데…결국엔 많은 연습과 시합경험을 통해 본인 스스로 풀어야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럼 아나폴리스 대회를 앞두신 선수님들, 어떤 전략을 택할지 본인의 연습량과 체력을 고려하셔서 잘 운영하 시기 바랍니다.

자, 여기까지.

이 대회에서 저의 전반기록 1:35 후반기록 3:28 전반 에 비해 후반이 18분 가량 늦어졌네요. 강총무의 전반 기록 1:45 후반기록 4:14 후반에서 약 44분을 더 썼습니다. 그것도 20마일 이후에 몰아써버 렸죠.

두사람 모두 경기에 최선을 다했고, 완주에 성공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건강과 행복을 그리고 우정을 느꼈 고, 끝나고 나선 또 하나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만족해 했습니다. 그러나 둘 다 경기운영엔 실패했습니다. 김 용성은 다행이 근육경련, 탈진직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기에 처음에 막연히 목표로 잡았던 3시간 30분안 에는 성공했으나 자칫하면 마라톤을 접을 뻔 했고, 강 총무는 목표시간인 4시간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음에도 작전미스로 다음을 기약하게 됩니다.

내일은 약 4개월 후의 DC 마라톤에서 김왕송선수님 강총무 김용성 세사람의 기록을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자 그럼 기약했던 ‘기록분석’을 볼까요?

2013년 3월 Rock’n Roll USA D.C 마라톤에서 세사람의 구간 기록을 분석해봅니다.

김왕송선수님, 강형석선수님, 저 김용성입니다. 세사람 다 이전 기록보다 10분가량, 김왕송선수님의 경우엔 30분이상 앞당긴 최선을 다한 경기였습니다.

구간 페이스와 기록을 보면,

강총무선수 5K 8:05 / 10K 8:07 / 10M 8:01 / 13.1M 8:19 / 20M 9:17 / 20마일 이후부터 피니쉬까지 12:10
전반 13.1까지의 타임 1:46:23, 최종 기록이 4:05:42초로 전반에 비해 33분 Delay.

김왕송선수 5K 8:04 / 10K 7:56 / 10M 7:46 / 13.1M 07:48 / 20M 8:04 / 20마일 이후부터 피니쉬까지 08:58
전반 13.1까지의 타임 1:43:12, 최종 기록이 3:34:24초로 전반에 비해 8분 Delay.

김용성선수 5K 7:29 / 10K 7:29 / 10M 07:28 / 13.1M 07:28 / 20M 07:22 / 20마일 이후부터 피니쉬까지 07:58
전반 13.1까지의 타임 1:37:23, 최종 기록이 3:17:52초로 전반에 비해 2분20초 Delay.

먼저 김왕송선수는 당시 3시간 30분 이내를 목표로 달렸으니 평균 페이스는 8분이 되겠습니다. 초반 3마일 까진 아주 약간 여유있게, 그 다음부터 하프까지 살짝 빨리 뽑아주셨네요.

하프 이후 페이스가 아주 조금 늦어졌지만 양호한 정도이고 20마일 이후에 약 6분을 손해봤네요. 전반과 후반 차이가 약 8분이면 상당히 훌륭한 경기운영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풀마라톤임에도 불구하고 노련함과 탱크같은 저력을 골고루 갖추셨네요.

다음 김용성선수, 뭐 나무랄데가 없군요. ㅋㅋ 농담이고… 본인도 깜짝 놀랐을 정도로 20마일까지 거의 Even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네요. 20마일 후반에 약간 쳐졌지만 전반에 비해 2분 정도 늦어진거면 아주 잘 버틴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컨디션도 좋았고 지난 포토맥 리버처럼 전반에 7분~7분 15초 페이스로 뽑아내는 무모한 짓을 안하고 잘 참아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어머니로 모신거죠.

본인의 BQ목표인 3시간 25분보다 8분 앞선 3시간 17분으로 보스톤에 안정권으로 입성하게 됩니다.

자, 마지막 강총무 나오시죠?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자 평생을 같이 가고픈 러닝파트너이지만, 오늘은 좀 잘근 잘근 씹어볼까요.

꾸준한 훈련으로 다시 본인 기록에서 10분을 당깁니다. 인간승리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반드시 서브4를 달성해보고자 하였으나 결과는 아쉽게 5분 차이로 실패. 이유는 지난 포토맥 대회와 같은 실수를 번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달릴 수 있을 때까지 젖먹던 힘을 다해 달려보고 몸이 더이상 말을 안듣는 상황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 고군분투하다가 고통과 인내, 한계와 인간승리의 상징인 마라톤의 무대에서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만일 아직 살아남았다면, 가족과 친구의 얼굴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 등 휴머니즘을 자극할 수 있는 모든 소재들을 총동원, 온 몸 구석구석 조금씩 남아있는 에너지 찌꺼기를 모두 모아 짜내가며,  더 가혹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마침내 숙연하고 장엄한 피니쉬를 해내는것이죠.

그리곤 끝냈다는 안도의 숨을 돌이키자마자 시간을 보고 곧 아쉬워합니다. 왜? 이번엔 단지 완주가 아닌 다른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죠.  본인 스스로에게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자랑스러워 할 만한 또 하나의 승리를 거두었으나 대회운영의 실패로 인한 이번 대회 목표에는 실패한 것이죠.

좀, 잔인했나요?  평소 그렇게 안봤더니 인간이 참 냉정하네…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시죠 지금? 그러나 불편한 진실입니다.

그래? 꼭 마라톤이 이렇게 전쟁터가 되어야 하는건가? 완주하는 모두가 승리자라고 얘기하면서, 한 인간의 장엄한 승리의 현장에 감히 자기 잣대로 만든 실패라는 주홍표시를 함부로 그어댈 수 있는 것인가?

다음엔 그 얘기를 해볼까요?

네. 강총무는 지난 프레드릭에서 하프에서 1시간 37분 17초로 역주했지요. 꾸준히 노력한 값진 결과였습니다.
세번의 풀마라톤에서도 매번  개인기록을 상당한 기록차로 갱신해 나갔습니다. 러너로서의 자세, 자부심, 끈기, 성실성, 체력 또한 나무랄데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에서의 실패가 더더욱  아쉬운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떤 러너인가? 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앞으로의 이야기 또한 제 개인생각일 뿐이고, 잠시 멈추어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도입니다.

나는 과연 어떤 러너인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서브4(풀마라톤 완주 기록 4시간 이내를 말함)는 커다란 이슈입니다. 그만큼 분명한 목적의식과 체계적인 훈련없이는 달성해내기 쉽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서브4를 해야할까요?

분위기상 ‘NO’가 정답이 되겠죠? 답은 각자가 내보는 걸로…

어떤이는 서브4를 기준으로 레크레이셔널 러너와 경쟁적 러너를 구분 짓기도 합니다. 그 기준이 필요한지 또 합리적인지 여부를 가려보는 것은 논외로 하고, 과연 내가 바로 지금 어디에 속해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난 아직 서브4를 못했으니 레크레이셔널 러너인가?’ 가 아니라, 서브4를 또는 이와 비슷한 무엇에 목표를 두고 계획적으로 훈련계획을 짜고, 때론 자신을 몰아부치고, 그 과정에서 흥분과 열정을 느끼고, 때론 좌절하고, 스트레스도 받아가며, 뛰고 있다면 당신은 Competitor인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대부분이 건강이나 몸매 또는 다른 어떤 이유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 처음 운동화를 사서 신고 밖으로 나섰을 때의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한 설레임, 새로운 세계로 한 발 들어섰다는 경이로움, 과거와는 달라진 몸, 컨디션, 생활패턴, 친구들까지… 그 밖에 많은 변화들에 대한 신기함과 뿌듯함에 행복을 느꼈던 자신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것이 전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제 그것만으로 무언가 만족이 안되는 걸 느낄 때 당신은 더이상 레크레이셔널 러너가 아닙니다.

그럼 나는 어느쪽이어야 하는가?? 그건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린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나에게 무조건적인 행복을 안겨주던 달리기가 언제부터인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심리적으로 조바심과 불안함을, 육체적으로 통증과 부상을, 뜨거운 동지애 사이에 묘한 경쟁심이 아주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비집고 들어오기도 할 때… 이런 사실에 놀라서, 이건 아니다 싶어도 마음을 돌이키기가 쉽지 않아 당황스러워 한 적이 있으십니까? 그래서 회의가 들고 달리기가 부담스러워진 적은 없으십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처음부터 경쟁적 러너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 무엇을 시작하든(공부 빼 고^^;) 우선 목표를 세워 그것을 향해 약간씩 나아져가는 자신에게서 다시 동기를 부여받고,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어야 행복해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늘 조급해하고 자신을 많이 괴롭히는 편입니 다. 누가 물어보면 시치미 뚝 떼고 “전 레크레이셔널 러너입니다. 달리는 자체가 그져 행복할 뿐이고 꾸준히 달리고 있다는 자신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울 뿐이지 기록이나 보스톤을 가느냐 마느냐 따위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죠…”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 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태어나질 못했나 봅니다. ^^;

기록을 원하고 보스톤에 죽기전엔 꼭 가야겠다는 집념이 강했으니까요. 그래서 그것에 맞게 훈련계획을 짜고 거기에 몸과 생활을 끼워 맞춰야 했죠. Recreational이냐 Competitor 이냐, 이것은 적어도 제 게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중 하나를 고르는 것 처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던겁니다.

 아! 공감하시는 분이 있으리라 믿지만,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선택 하는 것 만큼 결단력을 요하는 일도 그리 흔지는 않습니다만…

하지만 제 주변에 모두가 그렇게 하길 바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만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레크레이셔널 러너로 평생을 달릴 것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 입니다. 그것으로 오히려 더 육체적으로도 건강하고 양질의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 다.

*이 글을 쓰는 도중 읽게된 ‘5Km에서 42.195Km까지 마라톤’에서 제프 겔러웨이가 말한 러너의 5단계가 있 는데 거기에 최고 수준인 ‘The Runner’란 단계가 있더 군요. 이것은 감히 제가 논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기에 나중에 원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얘기가 너무 장황해지는 것 같네요. 서둘러 정리 하겠 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신지? 레크레이셔널 러너쪽에 가까우시다면 굳이 기록에 연연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달리는 자체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평생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해 드립니다.

그러나, 본인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이미 경쟁적 러너에 집입을 하셨다면 자신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거기에 적합한 훈련으로 몸을 만들고, 연습에서 검증된 몸을 실전에 투입시켜야 하겠지요.

예를 들어 센테니얼 길게 한바퀴 6.5마일에서 여유있게 52분(8분 pace)안으로 끊을 수 없는 몸을 대회에서 내보내서 같은 스피드로 몇 시간을 뺑이 치게(역주 : 혹사시킨다는 뜻의 전문용어) 만든다면, 그 몸이 버텨내지 못하고 결국 총체적 반란을 일으킬 것은 당연지사 겠지요. 물론 버텨만 준다면야 3시간 30분으로 피니쉬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서브4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정된 실패로 보는게 맞겠습니다.

만일 위의 몸이 길게 한 바퀴를 58분(8’55” pace)에 는 여유있게 뛸 수 있는 몸이었고 대회에서도 그렇게 뛰어준다면 충분히 서브4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전을 기해서 한바퀴를 여유롭게 55분 (8’30″pace)으로 뛸 수 있는 몸으로 열심히 만들어서, 대회에선 58분에 뛰게 해준다면 그 몸은 물 만난 고기 처럼,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신나서 잘 뛸 것입니다. 당일 컨디션이 좋다면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기록을 안겨줄 수도 있겠죠.

여러분이 스스로 경쟁적 러너라고 생각하신다면, 머리로 부인하고 싶어도 가슴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자신의 몸이 어떤 상태까지 견딜 수 있는지는 연습 때 파악해두셔야 합니다. 시합때가 아니라…

잠깐 여기서 이번 볼티모어 풀 마라톤을 완주하신 네분의 초반 기록만 한 번 분석해볼까요?

제가 보기에 강창구 알렉스 문건순 문금화 이 네 분 선수님은 모두 COMPETITOR입니다. 그것도 열혈 경쟁적 러너. 아마 부인하기 힘드실겁니다. ^^ 훈련할 때 봐도 그렇지만, 완주 후 이렇게 까지 안타까와 하시고 열받아 하시는 분들 첨 봤으니까요.

바로 들어갑니다.

문건순선수님  FINISH 4:01:32 초반 6마일 페이스 7:01 (그대로 뛰면 3시간 3분 예정)

강창구선수님 FINISH 4:26:36 초반 6마일 페이스 7:25 (그대로 뛰면 3시간 14분)

알렉스선수님 FINISH 4:27:18 초반 6마일 페이스 7:44 (그래로 뛰면 3:22)

심지어 그렇게 말렸던 오버 트레이닝으로 입은 부상에서 회복도 안된 문금화선수님마저도 초반 6마일은 3:45분대를 겨냥한 스피드로 쏘셨네요.

말 그대로 네분 모두, 당일 컨디션을 체크하고 여러 주변 상황을 고려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영해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할, 가장 중요한 초반 5,6마일을 총알처럼 쏘셨습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6마일 이후부터 1분이상씩 떨어지기 시작하셨네요. 뭐 마지막 6마일은…

다른 실패(본인들 스스로 자꾸 실패라 하시니 저도 실패라고 부릅니다. 단 작전실패)요인도 찾아보면 있겠으나, 가장 분명한 이유는 바로 오버페이스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초반 6마일만 운영을 잘했어도 네 분다 목표한 기록에 성공하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말씀드린 제프 겔러웨이가 말한 러너의 5단계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