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보스톤 (2)

4)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무슨 운동이든지 자질이라는 것이 있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할수록 말만 길어진다. 30% 자질과 70%노력, 그런데 지금도 거짓말처럼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라톤에 대한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할려고 그러냐, 사실 그것도 아니다. 머리통이 유난히 크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금방 찐다. 남자치고는 살거죽, 즉 피부가 두꺼운 태음인이다. 그러니 배나오고,하체 짧고, 머리크고, 겉모습에서 뛸만한 요건들이 한마디로 아니다. 거기다가 땀은 왜 그렇게 많이 비질비질 나오는지 ….

맘 먹은다고 되는 세상이라면 못할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주제에 당뇨에 고혈압에 있을 건 또 잘 갖추었다. 다시 뭔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이대로 인생 주저 앉을 수밖에 없는 나이 55세가 되어버렸던  3년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신발을 매자고 했던 3년,. 그리고 목표를 일단 던져보자. 보스톤 ? 그게 가당키나 할까 ?

운동 시작한지 한달 뒤에 불면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뒤늦게 합류했다.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이 되었고 집안의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상식으로 듣는 게 아니고 같이 뛰면서 땀으로 느끼니 그날 그날 훈련을 피드백할 수가 있다. 먹을 것이 제 때에 맞는 걸로 나와 주는 것도 매우 크다. 내년 7월이 되면, 그러니까 내년가을에는 60세 연령대로 올라가고 따라서 3시간 55분이 자격기준이 된다. 올해보다 15분이나 뒤로 목표가 널널해지는 것이다. 이미 달성해 봤던 기록이고 한사코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잘 알겠지만 운동하고 힘들어야 보상이 있는 것이고 안 가 본 골프장, 저 언덕 너머 새세상이 있는 게지, 그대로 기다리다가 그렇게 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의 기회라고 생각할 것인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상황이다.

 

5) Howard Strider marathon class에 등록

 

그 전에도 거기에 등록해서 훈련 받아 보라는 권유를 한 두번씩 안 받아 본 센팍회원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언급하겠지만 고 임상철고문의 경험과 권유, 그리고 같이 등록한 알렉스회장, 김용성부부, 크리스티나 님과 등록을 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런 정보를 센팍 카톡방에 올려 놓으면 각자 알아서 등록을 하는 것이지 누가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날 나타나서야 서로 등록한 줄 안다. 그게 또 장점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옆에서 대회출전을 권유하면 ‘무조건 밥사라.‘ 가장 당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다. 무슨 대회를 등록하고나면 마음부터가 바빠진다. 또 훈련이라고 막상 시작하고나면 쉽기를 하나 대회에서 스스로 평가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다든가 쉬운 레이스가 한번이라도 있던가를 생각해 보면 ’출산할 때 남편이 밉고, 중매쟁이가 밉듯이, 내가 왜 이고생을 돈을 주어 가면서 해야 하는 생각에 섣부르게 레이스 출전 권유를 못하게 되는 것이 마라톤 클럽의 불문율이다.

반강제, 억지로 출전 시켰다가 욕 바가지로 먹는 경우는 이미 전설(?)이 되어 있는 곳이 마라톤 동호회이다.

말로만 듣던 그곳에 2015. 7월 7일(화) 정해진 학교에 나갔다.

물론 정원 120명은 이미 동나서 늦으면 등록도 못한다. 등록비 75불, 물론 결과도 결과겠지만 아주 값진 지출이었다. 너무 고마워서 종강파티에 코치에게 줄 선물카드비용으로 30불을 학생 대표에게 보내줬다.

 

120명과 해드코치,등,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마치고 5마일 레벨구분 레이스를 시켰다. 용성이 3등을 했던가, 난 14등을 했다. 2그룹에 배정을 받았다. 물론 등록 당시에 20여 문항의 설문조사를 마친다. 동기,목적,경험,기록,목표등 아주 세세한 설문과 기록을 살피고 나서 다음주부터는 그룹별로 실전훈련에 들어가는 것이다.

7월, 얼마나 더운가, 미국의 일일 최고기온 시간대는 한국이 오후 2시로 배웠지만 미국은 오후 5시가 가장 덥다. 그런데 6:30분부터 8:00까지 훈련을 한다. ‘훈련과 학습‘ 같은 듯 다르다. 나는 이번 클래스를 훈련으로 생각하고 임했다. 그러니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 몸을 이들이 하는대로 따라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것이다. 나중에 생각하자 왜 이 훈련이 필요했는 지는 ….

이것을 학습으로 받아 들이게 되면 나의 생각과 맞지 않는 부분이 개입이 되고 훈련의 모순을 발견하고 대열에서 이탈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과거 ‘교육’이라는 직책에 근무했던 경험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대체적으로 2그룹에 속한 20여명의 학생들은 엇비슷하다고 보면 맞다. 남녀 비율은 6;4 정도이고 여성들은 나이들이 어렸다. 그룹마다 2명의 전담코치들이 배정되고, 이들은 충분한 워크숍을 거쳐 스켸쥴대로 자원봉사자 들이지만 각개전투 훈련조교들처럼 기계적이다. 자율적이라지만 엇비슷한 기량과 경험자들의 모임에서는 경쟁과 상승작용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되었다. 알렉스와 함께해서 여러가자로 좋았고, 2그룹에서도 줄곧 선두그룹에 속해서 훈련을 소화해 나갔다.

 

이걸 좀 장황하게 쓴 것은 센팍회원님들과 공유가 목적이기 때문에 혹시 다른 분들께서는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

총 15주 100일 훈련둥에서 매주 화요일 집합교육 나머지는 자율 훈련이다. 100일 동안 총연장 최대 750마일, 최저 450마일을 달려주도록 요구받게 된다.

(나는 520마일을 달렸다)

보스톤 3

 

훈련강도는 walking – jogging – running – rasing 순으로 개념화 했고, 개인별로는 5k, 10k, half마라톤, full마라톤 페이스로 4등분해서 페이스와 훈련을 시켰다. 별도로 hill(언덕오르기) 훈련이 병행된다.

나의 경우로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5k-3분00초(800미터, 트랙두바퀴 기준),

10k-3분20초

half-3분30초

마라톤-3분40초.

이 속도와 페이스는 훈련 기간중에 확실하게 입력을 해 놓아야 한다.

그 때마다 코치들이 5k, half로 뛰라고 하면 손목시계, 몸, 정신이 같이 해 줘야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훈련을 하면서 줄곧 느꼈던 일은 김용성 훈련부장이 맨 처음 센팍에 조인해서 블로그나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 나누었던 내용들이 이 훈련과정에 거의 망라되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대부분 알고 있었던 이야기 들이라는 것이다.

어느 사람에게는 보이는 돈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치와 같고, 대부분이 그 돈이 되는 것을을 발견하지 못해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부를 독차지 하는 원리와도 비교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yasso 800 훈련법’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자신의 훈련과 기록예측을 아주 간단하게 자가측정해 볼 수 있는 초간편 자가테스트방법이자, 훈련강도에 대한 연구(?)이다.

 

800미터 트랙을 일정한 속도로 10회 반복해서 얻은 기록은 풀코스 마라톤의 예상기록을 가늠할 수 있다는데서 이것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자질도 조건도 형편없는 사람에게까지도,

이해를 더 돕기 위해서 설명을 보태자면 트랙 2바퀴(800미터)를 도는데 3분40초로 뛰었다. 뛰고나서 1바퀴는 조깅속도로 회복을 하고 또 2번째도 3분40초로 달리고, 하기를 10회까지 반복할 수 있는 경우라면 풀코스 기록을 3시간 40분에 뛸 수가 있다.

사람에 따라 약간 다를 수가 있지만 나의 경우에도

훈련 끝나갈 즈음에 3분 30초대의 기록이 나왔다. (3시간 30분 01초)

이게 소위 tempo run’ 훈련의 핵심이다.

 

두 번째 훈련 포커스는 ‘hill훈련’ 이다.

피할 수가 없는 언덕, 실패하고 겁 먹으면 한 순간에 낙오되어버리서 레이스 전체를 망쳐버릴 수 있는 언덕앞에서의 공포제거와 자신감, 훈련장 곳곳에 크고 작은 언덕들을 오르내리락 최고의 속도로 반복함으로써 거부감을 없애주고 언덕앞에 서면 무조건 차고 나가도록 했던 그 훈련은 공수부대 낙하훈련때 비행기 ‘문에 서!’ 구령과도 같은 이치와 원리였다. 그 높은 비행기의 열린 문앞에서 서면 앞도 뒷도 망설임이 없이 뛰어 내리게 했던 특전사 훈련, 유난히 언덕이 많고 특히 후반 아스라한 언덕들이 5~6개(아래 윗 그림의 하단 등고라인 참조, 자세하지는 않지만 1/2마일, 1마일 언던이 반복됨)나 이어지는 악명의 볼티모어 코스를 구간중 가장 빠른 속도(7분55초/마일당, 아래그림 chip pace 참고)) 로 주파하게 해 주었던 훈련이었다.

볼티모어코스 2

보스톤 페이스 1

 

6) 볼티모어 마라톤

 

사실 이미 센팍의 가을철 공식마라톤이 포토맥 리버로 정해지고 접수를 했고 그 대회가 11월 15일에 열려서 올해 마지막으로 회원들이 지난 1년간 연습해 왔던 걸 하프와 풀코스에 각각 등록을 했던 탓에 당연히 등록을 먼저 해 놓은 상태였는데 하원드카운티 마라톤 클럽이 10월 중순에 클래스를 종강하게 되었고 마라톤 훈련표에 보니까 볼티모어마라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걸 알았다. 미 해병대 마라톤이 D.C에서 열리지만 참여인원들이 많아서 접수 할 수가 없었고, 11월 중순은 멀고, 그래서 기대반 걱정반으로 접수를 하긴 했는데 2년전(4시간 26분)의 쓰라린 기억과 언덕코스등 ‘느느니 한숨이요 죽자니 청춘이다.’라고 접수해 놓고 나서 성가신 마음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또 와이프가 남들 모두 안가는델 뭐하러 혼자 등록했느냐고도 하고 대회가 다가올수록 심란한 마음이다.

대회전날 아니나 다를까 김왕송 훈련부장으로부터 쏟아지는 격려와 응원은 35명카톡방을 도배하였고, 그럴수록 더욱 더 부담이 되고 혼자 달랑 출전하니 어디로 숨을 수도 없고, 믿을 건 오직 500마일 뛴 것과 롱런, 테이퍼링, 줄어든 체중(65kg),

대회 출전전 체중으로는 가장 최저수준을 유지했고, 10일전부터 훈련량을 줄여나갔다. 더러는 쉬는 날도 있었고, 단백질보충을 위해서 소고기 위주의 식사를 출전 사흘전까지 10인분을 먹었던 듯하다. 카보로딩이라고 탄수화물저장을 위해 사흘전부터 밥을 좀 많다싶게 먹었다. 대회 하루전날 물을 좀 많다 싶게 마셨더니 출전 한시간 전까지도 소변이 멈추지 않았다.

 

7)레이스

생계형 마라토너들이 대부분이고 가족이라도 응원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도 사치스럽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어제 밤 냉동실에서 꺼내 놓은 찹쌀 떡 몇 조각과 물, 그리고 준비물들을 챙기고 출발지인 M&T스태디움 앞에 있는 호텔 주변 파킹장에 주차하고 호텔로비로 들어갔다. 한시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풀코스 출발이 8:00, 해프코스가 9:45분 출발이다. 뛰고 돌아와서 해프코스 출발자들과 만나도록 코스가 설계되어 있다.

응원자도 없으니 차안에다 모든 걸 내려 놓아야 했다. 소금 알갱이 두알과, 진통제 한알을 물에 마셨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에너지 드링크도 하나 털어 넣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현영선수가 스트레칭하라는 카톡주문에 거의 30분간 호텔로비에서 머리부터 발목까지 어느때보다도 정성을 들여서 몸부림 운동을 했다. 출발 30분전, 페이스메이커들이 왔다갔다하고, 음악, 팡파레가 여기저기 울리고, 옆 골목으로 나오니 직선 100미터정도의 길거리가 교통차단을 해 놓은 곳이 있어서 8분페이스로 1마일을 뛰었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왼발에 약간의 불길한 신호(?)가 느껴진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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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plies to “아, 보스톤 (2)”

  1.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셨는지 알겠습니다. 보통은 연령대가 넘어가 시간이 늦춰지면 해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강선수님의 도전정신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내년 9월에 2017년 보스톤 마라톤 등록이 열리는 날인 월요일에 등록을 하시겠네요. BQ기준은 보스톤마라톤이 열리는 날의 나이이니 BQ-20min이 되시니까요.

    마이애미 달림이 권득우.

    1. 무림의 고수께서 이리 왕림하여 축하까지 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금은 어린애같은 마음으로 기쁩니다. ㅎㅎㅎㅎ